오늘 하루종일 눈에 띄는 야구관련기사는 어제 대구에서 열린 한화-삼성 전 5회초에 나온 채태인 선수의 '본 헤드 블레이(Bone-head Play)'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나마저 어이가 없을 정도였으니, 경기를 직접 뛰던 선수 감독들은 그 심정이 어땠을까.

 

큰 바운드의 내야 땅볼을 민첩하게 잡아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잡으면서 그것이 땅볼이 아닌 플라이로 착각하지 않았었나 싶었을 정도로 채태인 선수의 플레이는 안일했고, 게다가 1루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장난스럽기까지 했으니 가뜩이나 좋지 않은 초반성적 탓에 분을 삭이고 있던 삼성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음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플레이, 채태인 선수만의 잘못일까.

 

채태인의 본 헤드 플레이, 채태인만의 잘못인가

 

2년째 사회인 야구를 통해 직접 야구를 하는 입장에서 경기를 관전해보니 막연히 관중으로 즐기던 때와는 또 다른 시각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채태인 선수의 플레이는 선수의 입장에서도 몇 번이고 되풀이 해서 보았다. 크게 튀어오른 공을 채태인 선수는 민첩하게 대쉬해서 잡아냈다. 그 순간까지는 너무도 빠르고 좋았다. 다른 선수들 같았으면 정상 수비위치에서 체공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채태인 선수의 순발력은 체공시간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1루로 향했고, 천천히 오는 걸음을 알아채고 김경언 선수는 중간에 전력질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간발의 차로 세이프 선언을 받는다.

 

사실 포구했을 때까지만 해도 시간은 너무나 충분했다. 천천히 뛰어도 좋을만큼. 하지만, 그 순간에 채태인 선수는 타자주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이것이 첫번째 잘못이며, 가장 큰 잘못이다. 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채태인이 아닌 다른 선수가 1루를 보고 있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꼭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음 사진을 보자.

 

5회초 한화 김경언 선수가 채태인 선수의 느린 이동을 틈타 1루로 대쉬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쳐)

 

위 사진은 당시 상황에서 김경언 선수가 가속을 내기 시작한 순간을 정지시켜 캡쳐한 것이다. 채태인 선수는 타자를 등지고 있어 타자의 움직임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타자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선수들은 타자의 주루에 집중했어야 한다. 화면 상에는 투수 배영수 선수와 2루수 손주인 선수가 나오는데, 타자 주자가 가속을 내는 순간, 둘 중 어느 누구도 1루수에게 콜 사인을 주지 않는다. 고함소리 하나 나오지 않는다. 1루수 뿐만 아니라 투수와 2루수도 1루수의 플레이만 쳐다볼 뿐, 타자에 집중하지 않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하지만, 간발의 차로 세이프된 상황이었음을 생각하면, 콜 사인 하나만 있었어도 타자 주자는 아웃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 순간에 타자주자에 집중하고 있었던 삼성의 수비진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얘기다. 투수 배영수 선수와 2루수 손주인 선수에게 묻는다. 그 순간 그대들은 타자주자에 집중했었나. 그대들은 정녕 그 실수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만약 그렇다면, 그대들은 야구 선수가 아니다.

 

1루수를 제외한 나머지 야수들은 왜 타자주자에 집중하지 않았나

 

야구에서 타자 주자에 신경을 써야 하는 건, 공을 잡고 있는 야수만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말하기 민망할만큼 이건 기본이다.). 그럼에도 네티즌 야구팬들은 공을 잡고 천천히 가다 주자에게 역전당한 1루수는 만고의 역적을 만들어 놓고, 1루수가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고 수수방관한 나머지 야수들은 비난하지 않는다.

이것은 현재 삼성라이온즈의 팀 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상황에서 채태인 선수는 단지 얼굴마담일 뿐이며, 당시 모든 선수의 상황이 채태인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사람들에게는 채태인 선수의 본 헤드 플레이로 기억되겠지만, 이것은 채태인 선수가 아닌, 삼성라이온즈의 본 헤드 플레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가 본 것은 채태인의 본 헤드 플레이가 아닌 삼성라이온즈의 본 헤드 플레이

 

야구 팬이라면 모두가 잘 알듯이 삼성라이온즈는 12년 연속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저력의 팀이다. 그들의 플레이가 주춤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전력은 4강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만큼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팬들은 이겨서 우승하는 야구만큼이나 최선을 다하는 야구를 좋아한다. 안일하고 심심하게 얻어지는 우승보다, 땀흘려 노력해서 일구어낸 탈꼴찌에 팬들은 더 큰 환호를 보낼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삼성이 하루 속히 '디펜딩챔피언'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올 시즌 초반 부진이 류중일 감독의 '2년차 징크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2년차 징크스라는 것이 결국 '처음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욕심이 빚어낸 필연이다. 모든 코칭스탭과 선수들이 지난 일은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 주기를 바란다. 페넌트레이스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 아시안시리즈 우승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지금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8개구단 중 7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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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의 큰 별이 또 졌다. 최고의 철완을 자랑했던 최동원 前 한화 이글스 2군 감독. 선수로서는 화려했으나, 지도자로서는 그렇지 못했던, 어찌보면 故 장효조 감독과 야구인으로서의 삶의 궤적을 같이하던 또 하나의 레전드가 우리 곁을 떠났다. 일주일 간격으로 떠나간 이들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애도와 슬픔 이상의 뭔가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런 야구팬들의 순수한 마음과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다. 이들의 소속구단이었던 롯데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레전드를 향한 팬심에 역행하는 롯데

레전드의 타계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롯데 구단에 대한 유감은 이미 지난 포스팅을 통해 표명한 바 있다. 오늘 故 최동원 감독의 부고를 접하고서도 롯데의 태도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최동원이 누구인가. 그는 명실상부한 롯데야구의 상징이다.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았던 열정있는 프로선수였고, 최고의 자리에서 늘 낮은 자세로 어려운 야구계의 맨 바닥을 걱정했던 그였다. 최동원을 이야기 하지 않고는 지금의 롯데야구, 오늘의 부산야구를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오늘 롯데구단의 발표는 그야말로 야구팬들을 아연실색케 한다. '명예감독 임명'과 '최동원데이 지정'을 검토한단다. 그가 병 중에 있을 때 거들떠도 보지 않던 구단에서 그의 부고가 닿기 무섭게 발표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어이없고 기막힌 발표가 아닐 수 없다. 누구를 위한 명예감독 임명이며 누구를 위한 특별일 지정인가. 롯데에겐 레전드의 죽음이 하나의 기획상품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지. 그것도 임명하고 지정하기로 한 것이 아니고, '그럴까 검토중'이란다. 팬들의 반응을 지켜보자는 일종의 '꼼수'. 이건 레전드는 둘째치고,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인의 추모배너는 1주일 전 삼성 홈페이지에 올라온 故 장효조 감독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롯데,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비록 삼성에서 은퇴했지만, 최동원의 이름 석 자는 롯데의, 더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라는 사실(설령 그가 프로야구 30년 레전드에 선정되지 못했다 하더라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롯데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말없이 쌓아왔던 그의 족적을 헤아릴 수 있을까. 1984년 롯데의 첫 우승은 최동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데, KBO는 그가 소속구단이 없어 장례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우왕좌왕 했고, 직전 소속구단인 한화가 장례절차 논의에 발벗고 나섰다. 롯데의 레전드, 부산의 레전드,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 최동원이 가는 길 어디에도 롯데는 보이지 않는다.
고인의 죽음이 그저 상품으로만 보이는 이들에게 예의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그래서 명예감독 임명 검토라는 뉴스에 감지덕지(?)해야 할 입장이지마는, 이것 하나만은 제대로 알고 가자. 최동원 감독에게는 명예감독 임명보다 영구결번부터 선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슨 뜻인지 아나?
 
명예감독 임명 이전에 영구결번부터 선행해야

故 최동원 감독의 장례를 한화이글스가 준비한다는 소식은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레전드를 대하는 롯데의 자세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관념적인지 보여준다. 때문에, 그들이 고인을 명예감독으로 임명한대도, 그를 위한 기념일을 지정한다고 해도 진정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물론, 그들에게는 레전드의 죽음보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팀 성적이 더 중요하고 가치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누차 강조하는 바, 고인 없이 오늘의 롯데자이언츠가, 오늘의 한국 프로야구가 존재가치를 잃는다는 사실 앞에서는 적어도 겸허히 고개 숙일 줄 아는 것이 인간된 도리가 아닌가 여겨진다.

고인의 넋을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고인의 죽음을 상품화 하려는 후안무치함을 보이고 있는 롯데 구단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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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성이 강한 뉴스일수록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어제 장효조 삼성2군 감독의 갑작스런 부음은 그래서 우리를 더 놀라게 했다. 지난 7월23일 올스타전에서 프로야구 30년 레전드 행사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그였고, 투병소식이 알려진 것이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8월22일이었음을 생각할 때, 갑작스런 그의 부음은 故 최진실의 죽음만큼이나 야구 팬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故 최진실의 죽음만큼이나 충격이었던 장효조 감독의 부음

진정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던 선수를 꼽으라면 악바리 이정훈이나, 큰 부상을 딛고 당당히 재기한 박정태를 꼽는다. 하지만, 프로야구 원년부터 쭉 야구를 지켜봐 온 내 눈에는 고인만한 프로선수가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장담한다. 구단으로부터 처절하게 내쳐진 다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음에도 당당히 재기에 성공하는 것은 신체적인 부상을 이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드가 선수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대함으로 트레이드 후에 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당시, 장효조 선수의 재기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음을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재기에 성공했을 때, 그의 나이는 36세. 당시로서는 감히 꿈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열악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기록으로 보여준 그의 기량은 그보다 월등한 조건의 현역 선수들이 즐비한 현재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것이다(고인의 기량과 비교하면 요즘의 '용큐놀이'는 그저 장난이다).그는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위대한 레전드였다.

이런 레전드가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어제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게임이 없었던 롯데, KIA 제외)은 경기 전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를 간단히 가진 후 게임에 들어갔다. 특히 고인의 소속구단인 삼성은 모든 선수들이 유니폼에 근조리본을 달고 나왔다. 그러나, 고인이 프로야구의 레전드라면, 그에 대한 추모도 특정구단에 한정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왜 근조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하는 구단이 삼성 뿐이어야 하나. 더군다나 고인이 4년동안 선수로 뛰었으며, 은퇴 후 7년간 코치로 몸담았던 롯데가 경기가 없었던 어제는 둘째치고 경기를 치르는 오늘 마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로야구 30년 레전드의 갑작스런 타계, 근조리본은 왜 삼성만 달았나

레전드라고 한 자리에 모아놓고 반지 전달하고, 핸드프린팅 해주면서 치켜 세워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진정 레전드이며 존중받아야 할 선배라고 생각한다면, 그가 어느 구단 소속이었든 상관없이 프로야구 전체가 존중해야 한다. 삼성을 제외한 프로야구 구단의 故 장효조 감독에 대한 태도를 지켜보며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들이 고인을 진정 레전드라 생각하고 있는지. 그 레전드라는 용어가 특정구단에 한정된, 말 뿐인 것이라면, 지난 7월 공연히 옛 사람들 불러 그렇게 장난칠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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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트윗을 통해 작은 언쟁이 있었다. SBS-ESPN의 양준혁 해설위원이 지난 주말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SK전을 중계하면서 SK와이번스의 이만수 감독대행을 '이만수 감독'이라 호칭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이 언쟁의 발단이었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트윗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트위터리안의 흥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들은 (어디서 들은 건 많아가지고)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트윗을 통해 두번이나 사과의 뜻을 밝힌 사람에게 공식사과라니.... 이 사람들은 지금 뭘 원하는 걸까....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내는 게 옳았다.

나는 그들에게 감독과 감독대행이 호칭이 다를 뿐 그 역할은 동일하며, 선수입장에서는 그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문제로 해설위원이 호칭을 잘못 썼다고 해서 해설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용인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감독대행을 맡기 전까지 2군에서 감독을 맡고 있었던 이만수 감독대행에게 감독 호칭을 사용하는 건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작위적이거나 의도적인 일이 아니었다.

2군 감독이던 이만수 감독대행에게 감독호칭, 그리 큰 잘못인가

이러한 내 입장에 대해 나와 언쟁을 벌였던 트위터리안들은 '잘못된 걸 고쳐달라고 얘기도 못하느냐'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 잘못된 건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팬으로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예의를 갖춘 정중한 모습이어야 한다. 하지만, 트윗을 통해 양준혁 해설위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예의바른 모습이라 판단하기 어려웠다(물론 개인적 견해이다). 양준혁 해설위원의 실수가 습관을 통해 빚어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팬들은 조금 더 너그럽게 기다릴 줄 알아야 했다.

또한 이들은 거듭되는 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양준혁 해설위원이 이 점을 시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불만으로 들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한 마디로 인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자기가 옳다고 얘기하는 것은 옳아야만 하고, 자기가 틀리다고 하는 것은 틀려야만 하며, 그래서 그것을 지적하고 인정을 받는 것으로 아주 큰 보람과 긍지를 갖는 모습을 종종 본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자신의 표현으로 팬들이불쾌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과했다고 쉽게 고쳐질 문제는 아니었다. 머리 속에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수 차례 되뇌이면서도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과 행동이 우리에게도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들은 자기들이 '이렇게 해달라' 하면 기계처럼 바로 그렇게 해주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반영되지 않으면, '몇번이나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팬을 위한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팬 스스로가 그 서비스를 받을 만한 인격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팬들의 지적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 지적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방법에 있어서 팬들은 지나치게 이기적이었고, 비 인격적이었다. 반론이 있을 것이지만, 옆에서 지켜 본 내 느낌은 그랬다. 올바른 지적이 비 인격적 시정요구로 빛을 잃고 만 것이다.

올바른 지적, 비 인격적 시정요구로 빛을 잃어

물론, 이만수 감독대행에게 감독 호칭을 쓰는 것이 김성근 전 감독의 자리를 뺏은 것 같은 박탈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특정 팀을 응원하든, 특정 선수를 응원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팬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러한 응원의 열기는 모두 '야구'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야구가 존재하기에 SK라는 팀도 의미가 있고, 김성근 감독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달려드는 일이 야구 전체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자기 편을 들어주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지금 이런 모습을 김성근 감독이 기뻐할 지.. 솔직히 의문이다.
내가 겪은 언쟁이나, 지금 보여지는 일련의 소요는 분명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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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이틀 퇴장사태로 프로야구판이 시끄럽다. 잠실에서 열린 한화-LG 3연전에서 2차전에는 LG 이병규 선수가, 3차전에서는 한화 한대화 감독이 퇴장을 당한 것이다. 원인은 모두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 때문이란다. 올해 퇴장조치를 받은 8명 가운데, 6명이 바로 이 스트라이크 존 시비로 퇴장을 당했다. 이쯤 되면 새로 바뀐 스트라이크 존과 그 적용의 일관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심판에 따라 그 판정이 애매하니 판정시비는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해결국면은 찾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보다 더 보는 이를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퇴장에 있어 선수, 감독을 가리지 않는 심판의 밑도 끝도 없는 권위주의이다. 최근 한국야구에서는 경기 룰을 어기면 퇴장이 아니라, 심판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퇴장인 것이다.

심판 기분을 상하게 하면 퇴장?

그제 한화-LG 2차전에서는 전일수 주심이 LG 이병규에게 "너 지금 '야'라고 했어?"라고 하는 입모양이 방송을 통해 그대로 나타났다. 평소 전일수 주심과 이병규 선수의 사이가 좋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경기의 흐름보다 개인감정이 적잖이 작용한 판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제 3차전에서는 투수였던 한화 데폴라의 행동이 이영재 주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데폴라의 어떤 행동이 이영재 주심을 자극했는지는 반복해서 상황을 살펴봐도 이해가 잘 되지는 않는다. 대상 선수가 외국인 선수였다는 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경기장 내 심판의 어설픈 권위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영재 주심이 과거 선수시절 포수였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감각도 다른 선수출신 심판들에 비해 더 예민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주심이 예민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스트라이크 존이지, 자신의 판정에 대한 선수의 반응은 아니지 않나. 또 그런 행동 때문에 자극을 받았다고 아무런 이유없이 타임을 걸어 경기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바닥에 침까지 뱉어가며 선수를 노려보는 행동은 심판으로서 그의 마음가짐이 어떤 모습인가 하는 것을 알게 해주는 단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판정보다 판정에 대한 반응에 더 민감한 주심

물론, 선수든 감독이든 심판에게 부당한 도전을 했을 경우에는 퇴장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같은 문제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퇴장을 당하는 현실 속에서 스스로 합리적었는가 반성하기 이전에 절대권한의 침해라는 이유만으로 퇴장을 남발하는 심판들의 행동은 그리 곱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권한을 행사하려면,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하나의 상식이다. 과연 심판들은 심판으로서의 절대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어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변경된 기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 하더라도,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슬그머니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노(老) 감독의 한마디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집단적으로 행사하면서 그의 판정을 신뢰하고 받아들이라고 하면, 정말 억지 아닐까?

현 정권이 본을 보이지 못해서 신성한 스포츠까지 이 모양 이 꼴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명백히 소명할 수 있는 근거는 이성적으로 챙겨가면서 행동하는 것이 어떨지. 이번 한화-LG전에서 퇴장명령을 내린 두 심판(전일수, 이영재)은 선수시절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분풀이로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겠다. 다만, 이들은 심판의 정당한 권한을 매우 감정적으로 행사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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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에서 SK와이번스에게 승리하여 3승2패를 기록한 기아타이거즈는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오늘 경기의 결과에 따라 우승을 할 수도, 또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 기아 타이거즈라는데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기아타이거즈는 그 전신인 해태타이거즈가 1997년 우승한 이래로 작년까지 11년동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시리즈에 오르기만 하면 무조건 우승이었던 팀이 무려 11년간 한국시리즈 문턱을 밟지 못하다가 올해 한국시리즈에 오른만큼 기아타이거즈 선수단이나 팬들의 우승을 향한 열망도 정말 크리라는 짐작을 가져본다. 굳이 기아타이거즈 팬이 아니라 하더라도,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우승에 박수쳐 주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까. 20년 동안 숱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루었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그쳤던 삼성라이온즈의 우승열망과는 차원이 다른 이들의 우승에 대한 그리움이 이제는 풀릴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되는 오늘이다.

12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기아 타이거즈

 만약에 기아타이거즈가 우승한다 가정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조범현 감독에게 이런 바램을 가져본다.
일본어로 '도아게'라고 한다 들었다. 투수에게 우승의 마지막 순간을 던지게 하는 일. 승부가 거의 결정난 시점이라면, 그 도아게를 이대진에게 맡겨주시면 안될까 하는 마음이다.
물론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는 것 모르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뀌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더욱이 상대는 올해 3연패에 도전하는 타고난 지략가 김성근 감독의 SK와이번스다. 하지만....
나는 패전처리가 아닌, 당당히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이대진의 모습을 보고싶다. 그것은 단순히 한 선수의 영광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범현 감독, 이대진에게 우승을 확정짓게 하라

이대진은 과거 해태시절부터 지금 기아타이거즈에 이르기까지 팀의 디딤돌이자 전설이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재기의 의지를 놓지 않았던 그는 이종범, 장성호와 더불어 1997년 타이거즈의 마지막 우승을 이루어낸 몇 안되는 현역 주인공 중 하나이다.
그는 7년여의 재활에도 꺾이지 않았고, 올해 드디어 통산 10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의 통산 100승은 다른 어떤 선수들의 100승보다 더 값지고 의미있는 결과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에 그렇다. 기아 팬이 아니더라도,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난 그가 우승을 확정짓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그의 나이 이제 서른 다섯. V10은 그에게 마지막 우승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그가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하늘에서 더욱 기뻐할 故 김상진을 생각해보라 .... 그런 까닭에 나의 바램은 더욱 그 간절함을 더한다.

조범현 감독, 당신의 첫 홈런을 기억하십니까?

기아타이거즈의 조범현 감독은 현역시절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였다. 수비에서는 역대 최고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이만수, 박경완과 같은 공격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뜻이다.
그런 그가 현역시절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때의 일이다. 그 홈런볼을 주웠던 사람은 당시 한 초등학생이었다. 파울볼을 주워도 기분이 날아갈 법한데, 홈런볼을 주웠으니 그 기분이 오죽했을까. 그런데 이 학생은 후에 자신의 홈런볼을 가져다 준 선수가 조범현 선수이며, 그 홈런은 조범현 선수의 데뷔 첫 홈런이라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리고는 생각했단다. '이 홈런볼은 자신보다는 조범현 선수에게 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그 홈런볼은 그래서 조범현 선수에게 전달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미담으로 전해들었던 적이 있다.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 하지만, 만약 그럴만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범현 감독이 현역시절 받았던 그 미덕을 이제는 한번쯤 베풀어 볼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사실 어제의 경기는 지나치게 승부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데서, 개인적으로는 양팀 모두에게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스포츠가 승부를 빼면 뭐가 남겠냐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야구는 인정머리 있다는 소리 한번 듣는다고 스포츠 정신이 훼손될 것 같지는 않는다. '조갈량'이라 불리는 조범현 감독의 '아량'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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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여 가을에도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롯데 자이언츠의 감격이 퇴색되고 있다. 그것도 야구에 열광하는 부산팬들에 의해서 말이다.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12-3으로 크게 뒤지자 원정 응원석에 가 행패를 부리는 무례를 저질렀고, 9일 있은 2차전에서는 경기 중인 삼성 선수들에게 레이저빔을 쏘아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무식을 드러냈다.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모 방송사에서는 부산 롯데 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응원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방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적어도 전국 방송에서 열정과 광란은 구분할 줄 알아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열정이라는 이름 아래 광란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 프로야구 500만 관중을 돌파하는데 크게 기여한 부산 팬들. 그들은 과연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광란

부산 팬들은 야구에 대한 자신들의 열정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응원문화나 관전문화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들이 야구가 좋아서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야구가 아니라, 군중문화라 보는 것이 맞지 않을런지.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그저 이들에게 흥을 깨지 않을만큼의 적당한 성적을 내주면 그만인 존재는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파울볼을 주운 관중에게 '아주라~!!'를 외치는 강압 군중 문화 속에서 파울볼을 넘겨받은 어린이가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과 강압 군중문화 중 어느 것을 먼저 배우게 될까.

부산 롯데 팬들이 즐기는 건 야구가 아닌 군중문화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이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을 무렵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보여준 처절한 배신을 우리는 기억한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홈 경기에서 단 69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했던 치욕을 가지고 있다. 당시 모 그룹에 투자를 받지 못하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부산을 연고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며 부산을 떠나라고까지 말하던 이들이 바로 지금 부산 팬들이라고 있는 사람들이다.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면 7회가 지나 패색이 짙자 관중들은 하나, 둘 경기장을 떠났고 급기야 만취한 상태로 상대 팀 응원단상을 점거하는 난동을 벌였으며, 9일 2차전에서는 플레이오프 5경기 연속 만원관중 달성에 실패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성적과 상관없이 롯데를 응원한다는 부산 팬들의 현주소이다.

부산 팬들에게 묻는다. 야구를 사랑하는가, 군중심리에 휘말려 이리저리 호령하는 것보다 단지 야구가 좋아 응원이 좋아 이들을 응원하고 열광하는가. 아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아주라~!!'를 외치는가 말이다.
야구를 사랑한다면,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면, '아주라~!!'를 외치기 전에 '마해영'을 외쳐야 하지 않았을까?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대타로 등장하던 삼성 이만수의 영광을 고향팀에서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던 마해영에게는 허락하지도 못하는 열정으로 감히 야구를 사랑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아주라~!!'보다 절실했던 외침 '마해영'

롯데 자이언츠가 8년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것은 지난 89년 태평양 돌핀스가 창단 이후 처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것만큼이나 프로야구 팬들에게 감격스러운 하나의 사건이었다. 또한 롯데의 응원문화가 타 팀 응원문화에 많은 도전을 주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산의 야구열기가 살아야 프로야구 전체 열기가 살아난다'는 미사여구에 심취해 오만함을 보여주지는 않았는지 이 시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열광하는 홈 팬들 앞에서 선수들이 왜 그토록 무기력하고 작아지기만 했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열광하는 응원의 열기는 겉보기에 그럴듯 하였으나, 이것은 결국 야구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가지고 선수단과 관중이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정말 야구를 사랑한다면, 롯데의 선전을 바란다면, 버스 방화사건이나 호세 사건을 들먹이며 스스로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전에, 내가 롯데 선수단에게 진정 의미있는 응원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약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큰 경기에 대한 선수단의 경험부족보다, 로이스터 감독의 작전실패보다, 야구와 전혀 상관없는 강압 군중문화로 무장한 부산팬들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광란의 응원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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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포스팅이었습니다.
저 역시 '아주라'의 미덕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만, 현재 부산의 응원문화 속에서는 단지 강압문화의 전형으로 왜곡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표현한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저는 마해영 선수가 과거 이만수 선수처럼 롯데에서 대접받기를 원합니다. 팬들의 성화에 1군으로 올라오고, 대타로 올라오는 일은 한 두번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마해영 선수의 실력이 초반 반짝한 것처럼 마해영 선수에 대한 팬들의 외침도 초반 반짝했던 것이 너무나 아쉽더군요.
단지 '네가 부산을 아느냐, 야구를 아느냐, 롯데를 아느냐'라는 식의 반론으로는 부산 팬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부산을 몰라도, 야구를 몰라도, 롯데를 몰라도, 야구를 좋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적어도 '야구는 어디에서 배우든 응원은 부산에서 배워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부산의 응원문화는 너무 배타적이고, 독선적이기 때문이지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 부산의 응원문화는 응원이 가져야 할 보편가치를 상실한 것 같습니다. 지켜야 할 선을 넘은 행동은 '광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요. 그것을 방관하고, 오히려 즐기는 듯한 분위기는 더 큰 문제입니다. 광란은 일부라하더라도, 방관이나 즐김은 대다수일테니까요.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행동으로 전체를 매도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해명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비난과 반론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 포스팅을 바탕으로 반론 포스팅을 해주신 향은님께 이 자리를 빌어 수고의 인사를 전합니다.
내년에는 보다 열정어린 성숙한 부산팬들의 응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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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야구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드디어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오심으로 인해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한을 풀었고, 아마야구 최강 전력을 자랑하던 쿠바를 평가전을 포함하여 3번이나 이겼습니다. 또 역대 최강전력으로 불리며 이번 올림픽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호시노 재팬'을 격침시킨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평가전과 예선전에서 쿠바를 꺾은 까닭에 이전과 달리 자신감이 넘쳤던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 쿠바와의 결승전은 '져도 본전인' 게임이었습니다. 이기려고 이를 악 물었으면 이길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그저 편하게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편안한 마음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금메달의 감격만큼이나 일본의 노메달이 후련하고 통쾌하더군요. 야구에서는 금메달을 2개 딴 기분입니다.

한국의 금메달만큼이나 통쾌했던 일본의 노메달

야구 결승전이 열리던 그 순간, 저는 국내에서 응원이 진행되던 잠실야구장에 있었습니다. 서울을 연고로 잠실구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 응원단이 공동으로 응원을 진행하는 가운데 전광판을 보면서 하는 응원이었지만 열기는 베이징보다 더 뜨거웠던 것 같습니다.
기선제압을 할 수 있게 한 이승엽의 홈런, 9회1사까지 3안타로 쿠바타선을 봉쇄한 류현진의 호투, 이용규의 2루타, 그리고 퇴장 판정을 무릅쓰고 잘못된 심판 판정에 적극 항의하는 강민호의 투지, 위기 속에 경기를 확실하게 마무리 지은 정대현의 마무리까지... 결승전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올림픽 야구 9경기를 모두 지켜보면서 누가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는가 가늠해보자니, 누구라고 집어말하기 어렵더군요. 모두가 MVP급의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응원하던 우리 국민들의 모습 역시 세계 정상급이었을까요?

모두가 MVP였던 한국 야구팀, 세계 정상에 서다. 그러나...

경기 시작 전 잠실 야구장 그라운드에는 아래와 같이 대형 태극기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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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태극기의 등장을 지켜본 관중 모두는 승리를 염원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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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펼쳐진 태극기의 모습입니다. 저 태극기는 약 3시간 후 스스로 당할 수난을 알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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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입니다. 모두가 기쁨과 감격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무렵, 외야석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뛰어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외야의 잔디를 맴돌던 사람들은 사람들이 늘어나자 약속이나 한 듯이 외야에 놓인 대형 태극기를 짓밟기 시작합니다. 태극기는 그들의 발자국으로 만신창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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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늘어나자, 태극기를 짓밟던 사람들은 태극기를 들고 흔들기 시작합니다. 그라운드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납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관중들의 자제를 호소하는 안내방송을 수차례 방송합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관중들의 그라운드 난입은 그칠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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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태극기를 들고 펜스쪽을 향해 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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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위치로 돌아옵니다. TV뉴스에서는 언뜻 멋있게 비춰지기도 했지만, 이제 그라운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주최측은 아마도 시상식 장면까지 함께 보기로 계획했던 것 같은데, 이들의 난동으로 인해 황급히 전광판을 소등하고 행사를 마무리 합니다.

해야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을 모르는 우리

아무리 감정이 격해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은 가려야 합니다. 국기(國旗)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어느 CF 속 대사처럼 '그냥 생각난 대로 그려 본 그림'에 불과합니까? 베이징에서 선수들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 힘든 싸움을 했는지 생각만 했었던들, 어떻게 국가와 민족의 상징인 태극기를 자신들의 기쁨과 감격을 이유로 더럽힐 수 있을까요?
금메달의 기쁨도 잠시, 이를 지켜보는 저의 마음은 암담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물론 이 모습은 현장의 모습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모두가 이렇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모습 또한 우리가 지닌 현재의 모습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모습이 올림픽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뛴 모든 선수들의 진심에 대한 조롱이라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감격스럽다고 망나니처럼 흐트러지지말고, 끝까지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민족이 원래 이런 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바램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실력으로 선전했으니, 우리는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세계에 맞섭시다. 그게 진정 힘겹게 싸운 그들과 하나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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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오심이 우리를 울렸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핸드볼 준결승전에서 한국선수단이 노르웨이 선수단에게 석연찮은 패배를 당한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의 오심 패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안톤 오노로 인해 당한 김동성의 실격,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체조에서 양태영의 동메달, 2006년 독일월드컵 스위스전에서의 패배에 이은 이번 오심 패배는 2년마다 거듭되는 오심의 악몽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여기에서 더욱 분통스러운 것은 2년마다 오심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우리의 대처방안은 늘 한결같이 무기력하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오심, 반복되는 무기력

오심으로 뒤엉킨 현장에서 여자핸드볼팀의 임영철 감독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분명히 할 말은 했을 것이고, 잘못이라는 것도 이야기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당연히 우리 것이어야 할 승리는 노르웨이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임영철 감독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해도 한번쯤, 단 한번쯤은 이성을 잃어주기 바랬다면 그건 내 지나친 욕심일까?
여자핸드볼팀은 이번 오심을 국제핸드볼연맹에 제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전력을 보면 우리의 처지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우리의 제소는 받아들여질 것이며 재심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우리 핸드볼은 4년 전 양태영이 그러했듯, 앞으로 4년간 국내는 물론 세계의 동정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짐할 것이다. 그런 불의에 굴하지 않으려면, 더욱 더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향력이 미미한 저항은 침묵과 같다는 점이며, 침묵이 계속되는 한 이같은 억울함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침묵과 다름없는 미미한 저항

역사적으로 정의를 향한 우리의 저항은 그다지 강력하지 못했다. 우리가 아무리 정당하다 할 지라도, '법보다 주먹이 센' 세상의 비겁함은 늘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 이번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올림픽을 중계하는 언론들의 생각도 현재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명백한 오심에 대해 보이는 언론의 반응은 너무나도 싸늘하다. 그저 '우리 선수들 잘 싸웠다. 수고했다'는 정도의 위로 뿐이다. 아마도 들떠봤자 바뀔 것은 없다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된 듯 하다. 이래저래 불쌍한 건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 뿐이다. 우리의 조국은 언제까지 우리의 최선의 노력을 외면하고 그에 대한 부당한 처분에 관대하기만 할 건가.

국민의 최선을 외면하는 부끄러운 조국이 되지는 말자

자존심이란 '얼마나 멋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소신있느냐' 하는 것이다. 자신의 소신과 다른 가치에 절대 타협하지 않는 용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용기가 아닐런지.
올림픽의 남은 경기 보이콧이라도 해보자. 작은 나라 한국은 부당하게 건드리면 크게 다친다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 2년마다 악몽처럼 반복되는 오심의 망령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항의도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형식만을 강조하느라 불의에 관대한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왜 이번 경기에 당사자 국인 노르웨이의 심판관이 배정되었는지 IOC에 물어야 하며, 주심과 부심이 선언한 내용이 번복이 된 과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대답을 들어야 한다.
마침 오늘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선수가 IOC 선수위원에 당당1위로 당선되었다. 그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바로 생긴 것 같다. 전 세계의 언론이 한국을 동정하지 않도록 이젠 '주먹보다 먼' 법의 보호만을 기다리는 바보같은 우리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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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지난17일, 이번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이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카퍼레이드를 벌인다고 단독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이 기사에서 '선수단의 카퍼레이드는 그동안 경기 종목차원으로는 실시되었으나 선수단 전체규모로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기사는 매우 명백한 오보이다.

[세계일보 기사 전문 보기]

'사상 처음' 아닌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 이른바 3S로 대표되는 우민화 정책은 군사독재시절 국민의 시선을 조종하는 중요한 기제로 이용되었다. 집권 초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명박 정권 역시 베이징 올림픽의 덕택(?)으로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연장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아마도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거 정권은 현 정권보다 어리석어서 그러한 생각을 해내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과거사실을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현 정권의 속성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 것일까. 불행히도 정답은 후자에 속한다.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는 1984년 LA올림픽 선수단이 행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자료를 보자.


LA올림픽 선수단 개선환영장면 [출처 : KTV e-영상영화관]

자만심에 휩싸이게 되면 이성을 잃게 되는 것이 기자의 본능인 탓인지, 아니면 이명박 정권의 우민화 정책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계일보는 그만 어처구니없는 오보를 자신있게 터뜨리고 말았다. 이러한 오보가 단독보도의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것을 보니 언론의 오만함은 비단 조중동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국가 기록 영상 검색 한 번으로 나오는 이같은 자료를 뒤로하고 관계자 말 몇마디에 기사가 나오다니 요즘 국민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설사 이것이 취재에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해도 '사상 최초'라는 단어를 쓸 때는 조금 신중했어야 했다.

정권의 분위기 전환 위해 선수단 이용 말라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 행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국민들의 원망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번 카퍼레이드 행사를 위해 선수단은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연기하는 초강수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한다. 선수들의 불만이 쏟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권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올림픽 선수단 전체를 피곤하게 하는 일은 국위선양에 기여한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현 정권에 대해 그 정도의 예의범절도 일일이 지적하고 지도해야 한다면, 국가와 국민의 인격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곤란해진다.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은 그동안 국가의 명예를 위해 자신이 가진 최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들이다. 메달획득의 여부를 떠나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고귀한 노력의 결과를 한갖 정권의 위신을 위해 폄하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을 대표한 올림픽 선수단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상 오보의 주인공이 된 세계일보의 정정보도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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