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께서 서거하신 지 이틀 째, 그를 조문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조문객 수가 이 시각 현재 6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 뿐만 아니라, 서울 덕수궁을 비롯한 곳곳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차려놓고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다시는 어려움과 괴로움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 대통령이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늘 당당하게 정면돌파를 택했던 대통령이었기에, 그의 죽음이(투신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인 가운데 아마도 최초로 자발적으로 결성된 팬클럽을 가지고 있었던 정치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에 대한 애정 역시 노사모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준 성원만큼이나 각별했음을 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나를 포함하여 노사모를 비롯한 모든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고자 한다. "우리는 정말 노무현을 사랑했을까요?"

우리는 정말 노무현을 사랑했을까?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일반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그를 통하여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가장 잘 투영할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뜻을 잘 알아주는 것, 그리고 그 뜻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애 쓰는 것, 그것이 타인의 사랑을 얻기 위한 가장 정확한 비결이 아닐까. 정치인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잘 알기 위해 노력했고, 그 뜻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땀 흘리며 애쓴 장본인이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노사모와 나를 포함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했나?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를 통한 시민주권시대가 열리기를 소망했다. 그래서 정부의 이름도 '참여정부'라 지었다. 그리고 시민주권시대의 중심에 '노사모'가 있어주기를 바랬다. 여기에서 '노사모'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팬클럽이 아닌 시민 주체의 한 전형을 의미했다. 정당이나 시민 단체가 하지 못하는 시민 참여의 한 구석을 밝히는 시민사회조직으로 발전해 나가주기를 대통령은 원했다.

그가 원했던 것은 참여를 통한 시민주권시대

그러나(적어도 내가 보기에), 노사모는 정치인 팬클럽의 한계를 떨쳐내지 못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는 물론 서거 이후 현재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신흥 종교 집단과 같은 공포심이 우리를 감싼다. '큰 인물이 될 사람을 미리 알아본 사람들'이라는 교만함, 집권자의 순수 추종 세력이라는 모종의 자만심. 아마도 노사모를 대표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아닐까.

결국,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제외하고 노사모를 생각할 수 없는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을 향해 '배신자'라 외치고,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의 조문을 저지하며, 조중동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는 노사모 여러분께 묻는다.
여러분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 생각하는가.
노사모가 정치인의 팬클럽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 이상,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의 행동은 그 어떠한 것도 정당성을 얻기 힘들어진다. 단순히 '한 사람의 추종자'가 벌이는 저항의 일부로 폄하될 뿐이다.

정치인 팬클럽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노사모

국민이 원하는 바를 노무현 대통령이 읽어냈듯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이었다면, 그가 나라를 위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신중하게 고민할 줄 알아야 했다. 노무현이라는 한 인물에 집중하기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었고, 그 가치의 실현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할 책임도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궁지에 몰린 극한 상황에서 인간 노무현은 홀로 외롭게 그런 극단의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혹시 가치의 정당성에는 동의했을 지라도, 그 가치의 실현은 철저히 노무현 한 사람에게 위임하기만 하지 않았는지.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그를 진정 사랑한 것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라는 이 믿기 힘든 비극적 상황은, 우리에게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요구한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이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는 그릇된 생각은 버리자.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그를 사랑하는 우리의 그릇도 커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 자체보다 그 사람이 지닌 가치에 더욱 집중해야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랑에 쉼표를 찍고 있는 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떠나고 우리는 남았다.
남겨진 자들에게는 나름대로 남겨진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에 대한 사랑에 찍었던 쉼표를 뛰어넘어 그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보여야 할 때다. 노무현 대통령의 가시는 길이 조금이나만 편하기를 원한다면, 그가 추구했던 가치, 그가 지녔던 이상은 이제 우리의 몫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빈약한 민주주의 역사 탓에 시민참여만큼은 그 기반이 상당히 취약하기만 하다. 그 시민참여의 기틀을 토착화 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국정참여를 현실화 하는 일,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에게 남겨준 작지만 매우 큰 숙제이다.

그 숙제가 완성되는 날, 우리가 그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이루는 그 날에 노무현 대통령은 하늘에서 비로소 웃음지으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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