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 천안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몰한 지 나흘이 지났다. 사고의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실종자 대부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함미 부분이 발견이 된 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군 당국은 함미를 두드려 본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난 우리 군이 그리 유능한 집단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설마 이렇게까지 무능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침몰한 천안함을 인양한다고 하더라도, 침몰원인규명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실종자 가족이 이야기 했단다. 앞으로 절대 자신의 자식들을 군에 보내지 않겠노라고. 내 자식이 그런 사고를 당했다 하더라도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지난 1987년11월29일에 있었던 KAL858기 테러사건이었다. 이 생각이 왜 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을까.
KAL858기 테러사건 VS. 천안함 침몰사건
KAL858기 테러사건은 115명의 목숨을 한 순간에 앗아간 엄청난 테러사건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사고원인 발표는 현 시점에 이르러 하나하나씩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범인으로 지목된 김현희의 경우 1972년 남북 적십자 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남측 장기영 단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해 준 소녀라는 사실은 확인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고, 이런 정부의 대응은 이 사건이 북한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 당시 전두환 정권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당시 전두환 정권은 군사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이 사건을 십분 활용한다. 대통령 선거 1주일 전, 범인으로 지목한 '하치야 마유미(김현희)'를 서울로 압송하고, 그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불안심리를 조성하여 당시 여당인 민정당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음은 이제 알만한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천안함 침몰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기 충분한 여러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현 정권이 세종시 문제 등 일련의 현안문제를 지혜롭게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과거 지방선거와 같은 압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입장에서 나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골몰하였을 것이다. 만약 그 돌파구를 위해 만든 자작극이 바로 '천안함 침몰사건'이라면 더 이상 정부에 대해 믿음을 가져야 할 이유가 더 있겠는가. 정부에 대해 반발한다고 해서 '좌파'라 매도하겠는가. 젊은 청춘의 피값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연명을 일구려는 정부를 신뢰하느니, 차라리 그들의 손에 좌파가 되는게 더 나을 것이다.
현 정부는 젊은 청춘의 피값으로 정치생명 이어가려나
그렇게 찾아헤매던 함미부분을 발견한지 이틀이 다 되도록 함미 안에 들어가지도 않은채 겉에서 두드렸는데 반응이 없더라는 이야기만 거듭한다. 수심 40M 지점이라면, 숙달된 해군 잠수요원에게 그리 깊은 지역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조류가 심했다고? 날씨가 안 좋다고?? 시계가 확보되지 않아서 구조가 어렵다고??? 그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조류타령, 날씨타령, 시계타령하면서 할 일 미루고 있는 무능한 해군에게 이 나라 안위를 맡기고 있었다는 말인가. 툭하면 정신력 운운하면서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군인들의 정신력이 왜 이런 위급상황에는 보이지도 않느냐는 말이다.
유족이 아닌 입장에서 바라봐도 실종자 수색에 대한 군 당국 및 정부의 대응은 그 무성의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 상태가 최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이 쯤되면 이것은 실종자를 못 찾는게 아니라, 안 찾는 것이다.
성의 없는 군 당국, 실종자 수색 못 하나 안 하나
천안함 사건 생존자 및 제2함대 대원들에게는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군 당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 군 당국 및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기 힘들어졌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사고를 당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차리지 않는 군과 정부를 어떻게 믿고 신뢰하란 말인가. 이번 사건을 통해 너무나도 분명해진 한 가지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애국심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너무나 절망적인 현실이다.
우울한 소시민에 지나지 않는 나는 그저 위에서 언급한 나의 억측이 억측으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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