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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1 언론사의 개인정보관리, 자율규제는 하지 않나

한 후배의 제보(?)를 받았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한 지역신문에 게재된 모교 교수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그 기사에 교수님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어 많이 놀랐다는 내용이었다.

듣자마자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인터뷰는 교수님의 프로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 프로필의 백미는 맨 마지막, 교수님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였는데, 어쩌면 아파트 동, 호수까지 가리지 않고 고스란히 노출시켜 놓고 있었다.

해당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담당기자와 통화를 했다. 담당기자는 '원래 그 기사는 자사 회장님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신 것을 자신이 정리한 것'이라고 했으며, 개인정보 공개에 대해 인터뷰 당사자인 교수님께서도 동의를 하셨다고 말했다.

기사와 상관없는 개인정보 공개, 본인만 동의하면 OK?

본인이 동의했다는데야 더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내가 궁금하게 여겼던 것은 교수님께서 과연 당신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그렇게 통으로 기사에 싣는 것을 허락하셨을까 하는 점과, 아무리 본인이 동의했다 하더라도, 개인정보와 같은 중요정보를 기사내용과 관계없이 공중에 유포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인터뷰 기사 내용 중에 교수님은 뭔가 하나 정해지면 쉽게 바꾸지 않으시어 한 곳에 오래 살고 계시며, 전화번호도 예전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계신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꼭 아파트 동, 호수나 전화번호를 공개해야만 정보전달의 정확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다 알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본인이 동의하셨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해 지금까지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음을 그들은 자랑스레 강조했다. 그게 어디 신문사가 자랑스레 강조할 만한 일인가. 설사 문제가 생기더라도 신문사에 생기는 일은 아닐텐데 말이다.

언론사의 개인정보관리, 자율규제 안하나 못하나

개인정보의 보호와 관련된 내용은 하나의 '윤리(倫理)'에 해당한다. 그것이 법에 의해 규제된다고 해서 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난 분명히 그들에게 '윤리(倫理)'차원의 문제를 제시하였건만, 그들은 끝까지 내게 '법리(法理)'이상의 변명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오로지 법리(法理)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그들 앞에서 윤리(倫理)를 논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도 들만큼, 그들의 태도는 당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법리(法理)에만 타당하면 윤리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의 이같은 태도는 언론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건전한 일반인으로서도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는다. 이들은 그런 근본정신을 가지고 언론인으로 산다는 것, 그 자체를 수치로 여겨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들의 행동은 보고 들어 얻은 모든 정보는 기어코 활자화 하여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언론 특유의 유아적 배설욕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관리와 같은 민감한 문제는 설사 본인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 공개에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의 공개는 설사 그것이 본인의 동의를 받은 것이라 하더라도, 기사와 직접 관련한 사항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본인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은 그 정보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늘어놓는다는 것이 상당히 소모적이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따지고보면 오늘날 이 사회는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인 일조차 일일이 점검해야 할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미 아니겠나.

윤리(倫理)보다 법리(法理)가 우선인 사회

아마도 내가 했던 항의 이외에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 한, 그 인터뷰 기사는 정정되지 않을 것이다. 또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시대의 눈과 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길 것이다. 이 어찌 가엾은 일이라 하지 않을까.

법만 지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형식적 준법정신은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또한, 나 한 사람이 준법의 목적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취하는 신중한 자세 하나가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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