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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4 정몽준과 MBC, 둘 다 실망스럽다 2
  2. 2008.01.07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18대 총선에 서울 동작 을에서 출마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갑작스런 성희롱 파문에 휘말렸다. 사건은 정 후보가 해당 여기자를 찾아가 공식 사과함으로써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가해자의 입장에 선 정 후보나, 피해자의 입장에 선 여기자 모두 잘했다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정당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과연 뭘까.

가해자, 피해자 모두 정당하지 못해 보이는 이유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몽준 후보의 처신이다. 그는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3일 오전 성명을 통해 '어깨를 치는 순간 본의 아니게 얼굴에 손이 닿았고, 이로 인해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전날 언론의 보도와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피해자의 소속언론사인 MBC는 곧바로 반발했다. MBC는 인터뷰과정에서 있었던 일인만큼 당시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있음을 밝히고, 이 동영상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해 정 후보측을 압박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정몽준 후보는 3일 오후 MBC를 방문하여 피해 여기자에게 사과한 후, "며칠간 잠을 못 자 피곤한 상태에서 왼손으로 여기자의 오른뺨을 건드렸다"고 시인했다.
사실 정몽준 후보는 성희롱을 했다고 치더라도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가 속한 한나라당은 성희롱이 아니라 성추행을 해도 면죄부를 주는 정당이라는 것쯤은 이제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최연희, 박계동의 과거 사례를 보면, 이번 정몽준 후보의 행동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후 정몽준 후보는 거짓말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려는 시도를 보임으로써 여론의 공분을 사고 말았다. 만약에 MBC가 동영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정 후보의 대응이 이렇듯 조령모개의 민첩함을 보였을까? 정몽준 후보의 처신이 실망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실망시키는 건 그의 성희롱이 아니라, 그의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가 구태를 벗지못한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또 그의 소속이 한나라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은 그리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현실이 더 실망스럽다.

실망스러운 정몽준의 거짓말, 정치도 그렇게 하시렵니까

선정적인 문구가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낯이 찌푸려지는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몽준 후보는 해당 여기자의 뺨을 쓰다듬으며 툭툭 쳤다고 한다. 당하는 여기자의 입장에선 무척 화가 났을 것이며,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욕감이 성적 수치심이냐 하는 것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물론 내가 남성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여자의 심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성희롱에 대한 개념이 그만큼 왜곡되어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일이다. 남녀평등시대를 맞이하면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 관련 범죄의 관념은 지나치게 여성편향적이지는 않은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분명 정몽준 후보는 해당 여기자에게 실수를 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인격모독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 큰 성인을 마치 어린애 다루듯 했다. 이에 대한 모욕을 느끼고 사과를 요구했다면 충분히 이해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여기자는 즉시 '성희롱'이라고 주장했다. 인격모독과 성희롱은 언어의 선정성에서부터 그 내용과 성격에 이르기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과연 남성이 여성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무조건 성희롱이 되는 걸까?
혹시 그 여기자는 스스로가 언론인이라는 위치를 이용하여 본인의 불쾌함을 선정적으로 이슈화 하려는 의도는 없었을까. 그로 인해 정몽준 후보가 궁지에 몰린다면, 그래서 선거판세에 영향이 미친다면, 그건 더할 나위없는 특종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 을 선거구가 이번 총선 최대의 격전지인 점, 또 그의 상대 후보가 자사 앵커출신인 정동영 후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의문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성희롱, 언론 권력을 이용한 침소봉대는 아니었나

물론, 피해 여기자가 'MBC의 논개'가 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 당사자 가운데 그 어느 누구도 측은하게 생각되는 사람이 없는 것은 분명한 현실인 것 같다. 이번 사건이 더더욱 기분을 씁쓸하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번 사건을 통해 이 시대의 정치, 사회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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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두 가지 색다른 문화

2000년 실시되었던 제16대 총선에서부터 시작된 색다른 문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총선시민연대를 중심으로 한 낙선운동이고, 또 하나는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다. 이 둘은 기존 선거풍토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일단 낙선운동은 타의에 의한 피선거권 포기를 강요함으로써 위헌의 요소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나름의 판단기준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역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피선거권 포기라는 점에서 국민에게 또 다른 영향력을 가져다 준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을 시작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의 김한길, 심재덕 의원이 총선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총선불출마만 가지고는 약발이 안 먹힐 것이라 판단했는지, 올해는 총선불출마와 더불어 정계은퇴 또는 탈당을 패키지로 묶어 발표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들 불출마 선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김한길 의원의 선언이 아닌가 싶다.

전혀 감동스럽지 못한 김한길의 불출마 선언

김한길이 누군가. 소설가로 이름을 높였으며, 토크쇼의 진행자로 인기가 있었고, 정계진출 후에는 탁월한 전략으로 대선을 비롯한 각종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전략가이다. 그의 부친 역시 생전 야당 당수를 역임(김한길 의원의 부친 김철은 전 통일사회당 대표를 역임한 대표적인 진보정치인이다.)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했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에서 맞은 두 번의 대선승리의 한 중심에 있었으며,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 선 주역 가운데 한 명이 바로 김한길이다.
그런 그가, 작년 2월 돌연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을 이끌고 탈당을 감행했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직을 사임한지 얼마 안되어 벌어진 사건이다. 그는 탈당하면서 "열린우리당은 열심히 해도 국민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흩어져있는 지지자의 결집을 위해 지금의 틀을 깨야 한다."고 말해 반 노무현 전선을 분명히 했다. 적어도 내 눈에 그 모습은 명망있는 '정치가'에서 시류에 영합하는 '정치꾼'으로의 변신이었다. 그런 그의 불출마 선언과 정계은퇴가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하는 건 기대만큼이나 실망이 컸던 내 입장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감동을 상쇄시킨 요인은 현 여권의 정치쇄신이 일부의 불출마 선언이나 정계은퇴로 인한 세대교체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대교체만으로는 부족한 여권쇄신

국민이 현 여권에 요구하고 있는 정치쇄신이 단순한 인적쇄신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의 쇄신요구는 지난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의 귀를 어지럽힌 대표화두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이 요구는 전혀 변함없이 유권자의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얼굴은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마음가짐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얻는 것은 애시당초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정신을 지지하며 열린우리당까지 창당했던 대표주역들이 4년도 채 되지 않아 약속이나 한 듯이 '노무현 프레임'을 거부하면서 쇄신을 요구하는 모습을 곱게 보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담보할만한 하나의 기댈 언덕에 불과했다면, 이들의 정치적 몰락은 어쩌면 사필귀정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선택에 놓이게 된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지켜나갈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형성하여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냐.... 이 둘은 결국 무엇으로 한나라당의 대척점을 형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무엇으로 한나라당의 대척점을 형성할 것인가

현 여권은 지금 그대로라면 어떤 수를 써도 국민의 지지를 전폭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김한길 의원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대로라면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은 고사하고 개헌저지선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형성을 기대할만한 영웅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차기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만을 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참여정부는 허약하지 않았다. 이명박 당선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을 뛰어넘지 못했던 것처럼, 이명박 정권의 성과 역시 참여정부를 능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는 지나치게 왜곡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언론의 현 정부 왜곡에 수동적이었던 과거를 반성하고 정치권 이전에 의식있는 시민세력부터 전열을 재정비하자. 바람직한 정치가 무엇인지 후세에 보여주려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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