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속에 6.2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결과를 놓고 보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참패하였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엄청난 약진을 하면서 2004년 총선이후 최대의 선거결과를 이루어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결과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개표 중반부터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던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0.7% 포인트의 너무나도 근소한 패배. 오세훈 후보도 시인했듯이 이것은 오세훈 후보가 '사실상 진' 게임이다.
오세훈 후보가 '사실상 졌다'고 시인했으면, 한명숙 후보는 '사실상 이긴' 상황인데 나는 한명숙 후보는 사실상 이겼더라도, 한명숙 후보와 함께한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오세훈 후보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진' 것이라 평가하고 싶다. 개표상황 내내 그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움은 한명숙 후보의 선전을 희석하고 말았다. 무엇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을까?

한명숙 후보의 선전을 희석시킨 한명숙 후보캠프

TV와  선관위 홈페이지 그리고 한명숙 후보 홈페이지를 번갈아 살피면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한명숙 후보 홈페이지의 자체 TV생중계에서 밝힌 선관위 공식집계와는 달랐던 그들만의 개표현황이었다.
 
그들만의 집계현황은 개표율은 선관위의 공식집계보다 약 3%정도 앞선 것이었고, 2위와의 표차도 선관위의 공식집계보다 무려 25,000표 가량 더 차이가 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의 전체 유권자 약 827만명 가운데 투표자 수가 약 440만명이었음을 감안할 때 3%라면 대략 13000표. 그 3%가 모두 한명숙 후보의 표라 해도 이것은 수치가 안 맞는 것이었지만, 방송을 담당하는 VJ들은 개표현장에 파견된 요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서 그 말은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해찬 전 총리 역시 선거캠프에서, 그리고 서울광장에서 두 차례씩이나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면서 '이 추세라면 아침무렵에는 약 15만표 차이로 당선이 확정될 것'이라고 까지 말했다.

이해찬 전 총리라면, 1988년 13대 총선 때부터 선거라면 이골이 날 정도로 겪었을 사람 아니던가. 그가 내 놓은 분석은 그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수치상 앞뒤가 안 맞는 계산에 대해 어느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또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한 지지자들은 서울 광장에 모여 15%남짓 개표된 결과만으로 이미 승리를 확신하며 울부짖고 있었다. 한명숙 후보는 짐짓 신중하고자 했으나, 캠프에 있던 다른 지지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지나치게 감정적이었고, 성급했다.

나는 당시 한명숙 후보 캠프에서 내놓았던 그들만의 개표현황이 억지로 조작된 사실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개표 내내 한명숙 후보가 8천표 이상 앞선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들만의 개표현황이 상당히 왜곡되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던 왜곡된 그들만의 개표결과

과거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이유는 그들의 목적과 이념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이 실패한 정부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차가운 이성을 외면한 채 너무나도 뜨거운 가슴만으로 그들의 목적과 이념을 떠받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수구세력의 눈에 과거 냉전시대에 죽창을 들고 덤비던 '좌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억울하되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현재 민주세력의 상대는 매우 영리하고 교활하다. 잔꾀에 능한 그들과 맞서 싸우는 일은 한두번에 끝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 속에 전략적이고 치밀해야 한다. 그들이 억지를 부리더라도 우리는 냉정해야 한다. 그래도 이길까 말까한 승부다. 그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왜곡된 결과물을 마치 사실인양 공개하는 것은 MB정권의 독재만큼이나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개표결과의 왜곡에 대해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 그 이유는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이번 선거가 감정적으로 그럴만한 게임이라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었으며, 그런 사소한(?) 일에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아웅다웅하는 모양새가 그리 좋아보일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자. 그 모습이 그리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열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그릇된 행동은 민주세력을 시샘하는 많은 적들에게 또 다른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냉정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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