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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4 한나라당, 과연 수권능력(受權能力)이 있는가

10년 전 야당 집권과 오늘의 야당 집권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정권교체를 염원하던 1997년 겨울, IMF 경제위기 속에서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었을 때, 당시 신한국당(현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견제하며 내세운 것은 '야당은 집권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권능력 또한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수권능력이 없는 야당에 정권을 넘겨주면 사회불안이 야기될 것이라고 갖은 협박을 했었더랬다.
그리고 10년 후, 다시 정권이 바뀌었다. 10년전과 같이 야당이 집권하였고, 또 곧바로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그 때와 다른 점은 이제 여.야 모두 집권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수권능력의 유무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이명박 당선자를 비롯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을 보면, '과연 한나라당이 수권능력을 가진 정당인가'라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현재 야당인 한나라당은 10년전 야당입장에서 정권을 잡았던 새정치국민회의와 달리, 집권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당선이 된 직후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보면, 당.정.청 통합, 국보위출신 인사 인수위원장 임명 등 과거 회귀의 성격이 매우 짙은 것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은 아직 5,6공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말해주듯, 인수위 인사들 가운데에는 5,6공화국 정부각료출신들이 더러 눈에 띈다.

견문발검(見蚊發劍)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물론, 과거의 집권경험을 바탕으로 하려니 과거의 인사들이 필요했을 수 있다. 또, 10년만에 다시 잡은 칼자루이니 그 감격이 얼마나 크겠나. 하지만, 칼을 제대로 쓰려면, 악력이나 팔힘도 키워야 하는 법인데, 지금의 한나라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칼을 쥐고 휘두르는 모양새가 자칫 사람 여럿 잡을 모양이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각 부처를 돌아다니며, 공무원들에게 호통을 치고 다닌다고 한다. 인수위 활동을 하는 건지, 국정감사를 하는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향후 국정활동의 방향을 잡기 위해 지난 5년간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에 대해 듣는 자리에서 호통이 웬말인가. 진지하고 신중해야 하는 위치에서 견문발검(見蚊發劍)하는 인수위의 주제넘은 행동은 정권교체로 인한 그들의 흥분이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이젠 좀 진정하자. 체신머리 없다.

수권능력(受權能力) 찾아 임기5년(?)

또한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실행방안을 내놓으라고 한단다. 왜 이명박 정권의 정책 실행방안을 참여정부 공무원들에게 요구하나. 물론 그들은 다음 정부에도 함께하겠지만, 이건 조폭집단도 아니고, 꼭 '너 누구랑 더 오래 있을 것 같아?'라고 협박하던 군대고참들을 보는 것만 같다. 그들 말마따나 지난 '잃어버린 10년'동안 그들은 정권을 되찾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런 기초적인 고민도 없이 정권을 되찾는데만 급급했다면, 한나라당이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며, 그들에게 수권능력(受權能力)이 있다고 말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심한 경우 잃어버린 수권능력(受權能力) 확보하다가 임기 5년을 채울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대교협과의 오찬장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지난 30년동안 교육부가 입시를 주관해왔지만, 제대로 못했다. 이 정도면 정부가 입시에서 손을 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입시관리 할 자신이 없다고 하는게 솔직하지 않을지. 행정과 경영은 엄연히 다르다는 현실 앞에 겸허히 고개를 숙이는 편이 낫겠다.

악몽같은 한나라당의 과거 회귀본능

그렇다고 한나라당 내부가 조용한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공천시기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대권과 당권을 모두 쥐려는 이명박 당선자와 당권만은 사수하려는 박근혜 전 대표 간의 파워게임은 이제 3라운드에 접어든 느낌이다. 정당은 정당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두 거물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다.
4년 전 천막당사의 정신은 기대하지도 않겠다. 국가파탄까지 이르지만 않았으면 하는 한숨섞인 걱정만이 앞선다.
1997년 이들의 이전 집권은 IMF 경제부도로 막을 내렸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집권의 기억만을 되살려 그 시절로 되돌아 가려고 하고 있다. 시간은 10년이 흘렀다. 강산이 바뀌었다. 바뀐 세월을 뛰어넘을 수권능력(受權能力)을 과연 한나라당은 가지고 있을까? 의문이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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