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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5 학생들이여, 재미있게 공부할 권리를 찾아라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 공부하기 좋아하는 학생이 어디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전 사람들은 공부를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당위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출세를 위해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사람들은 공부를 해야만 했고 또 그렇게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혐오에 그같은 당위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특히 공부는 형식적으로 하면서 부모의 경제조건에 편승해 웬만한 성인만큼의 지출을 서슴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내가 너 같아도 공부 안 하겠다'는 멍청한 생각이 절로 들 때도 있다.

학생들은 왜 공부를 싫어하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부란 학생들에게 단순히 출세를 위한 최소 만족 조건이지 생활을 위한 필요 조건이 아니다. 보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넉넉히 배우려는 학생들은 멸종된 지 오래이며, 기성세대가 세워놓은 진학을 위한, 취업을 위한 최소조건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은 아무 생각없이 공부해 주고 있다.

요즘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다수가 부모나 학교,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 만족 조건 이상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영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많다. 하지만, Native Speaker처럼 영어를 구사하고자 덤비는 학생은 없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TOEIC, TOEFL점수가 남들 보기에 높아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Native Speaker수준의 영어구사는 외국생활을 거친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인식하는 까닭에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사람들이 연음이라도 사용할라치면, 그건 외국도 안 다녀온 놈의 주제 넘은 '잘난 척'이 되고 만다. 학교 성적도 학부모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90점을 넘으면 일단 안심모드에 접어든다.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것은 비단 요즘 들어 벌어지고 있는 천태만상은 아니다. 2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우리의 모습은 늘 이랬다. 그러다보니 요즘 애들만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어른들이 문제다. 공부를 재미없게 만들어 놓고, 재미있어 하란다. 이쯤 되면 제 정신으로 공부하는게 이상한거다.

영어를 잘하고 싶지만, Native Speaker가 되고 싶지는 않은 이유

얼마 전 서울 강남 교육청은 10월부터 관내 초등학생에게 한자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어이없다. 사교육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학부모들은 왜 모든 교육을 사교육에 의지하려는 관성을 버리지 못하는지, 왜 그 지긋지긋한 지옥 속으로 사랑스런 아이들을 몰아넣는지 모르겠다. 학생들로부터 재미있게 공부할 권리를 빼앗은 죄를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궁금하다. 매일 사교육 근절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자녀들을 자신의 장신구처럼 이용하고자 사교육에 몰아넣는 어른들이 존재하는 한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혐오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공부도 하고 싶은 사람만 해야 한다. 남의 인정을 얻기 위해 공부해서도 안된다. 또 배우려면 최소 만족 수준만 채우려는 얄팍한 학습보다 제대로 완벽하게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자만 배워야 한다. 그것은 공인 인증과 별개로 검증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실력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려면 공부의 목적이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한 시험이어서는 곤란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공부의 목적이 그런 시험이 되는 순간, 그 때부터 공부과정은 지옥이 되어버린다.

재미있게 공부할 권리를 빼앗은 학부모들

많은 학생들이 믿으려 하지 않지만 공부는 즐거운 것이다. 지옥같은 공부만 해 온 학생들이 이 말을 믿을리 만무하지만, 새로운 미지의 사실을 알게된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우리가 실제 능력의 향상을 외면하고 지금처럼 껍데기 스펙에 연연하는 한 공부는 늘 고문이다. 또 남에게 인정받으려 쌓는 실력따위로 발전을 기대하는 건 그야말로 억지다.
진정으로 실력향상을 위해 배움에 임하는 학생은 멸종되고 만 것일까? 그런 학생이 있어야 배우는 입장이나 가르치는 입장 모두 신나고 흥겨울텐데 말이다. 가르침과 배움은 함께 자란다는데, 발전없는 배움은 발전없는 가르침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이 땅의 학부모들, 정신차려라. 오늘날 교육이 이모양이 된 건, 애들 탓도 아니고, 정부 탓도 아니고, 바로 당신들 탓이라는 걸 명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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