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명박 당선자의 대선공약을 연이어 수정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을 시작으로, 당장 폐지할 것 같던 수능등급제도 2년은 더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데 이어, 오늘은 통신요금 20%인하공약이 사실상 무산되었을 뿐 아니라 경제실질성장률 7% 달성 공약을 잠재성장률로 후퇴하는 등 연이어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은 시행에 들어가기 전 검토단계에서부터 발을 하나, 둘씩 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시작 전부터 뒷걸음을 시작한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의 주요핵심은 '경제회생'이었다. 국민들은 그의 공약을 그의 도덕성보다 우선하여 지지했다. 또한 인수위는 '이명박에 대한 지지는 그가 발표한 모든 공약에 대한 지지'라고 말하며, 공약실천에 대한 강한 자신감마저 보였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명박의 공약과 행보에는 치명적인 모순이 존재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프랜들리 비즈니스'라는 국적불명의 콩글리쉬를 구사하며 목청껏 기업에게 유리한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으나, 통신요금 인하와 같은 민생 현안문제의 해결은 비즈니스에 절대 프랜들리하지 못하다는 점은 그 단적인 예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도 국민의 여론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했다가, 착공 후 설득을 병행하겠다고 하는 등 공약실천단계에 굉장한 혼선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는 낙동강 유역의 개발수준에서 그치게 될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한다. 그러나 속았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공약실천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약의 타당성 검증이 공약수립 당시에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현실성 검증 미흡한 공약... 혹시 포퓰리즘?
한나라당은 지난 5년 간 꾸준히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포퓰리즘에 의한 정권'이라 비난해왔다. 이런 행동은 국민들의 머리 속에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부정 인식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이 포퓰리즘으로 엄청난 지지율 확보에 성공했다. 보수언론의 후원을 얻은 경제파탄론으로부터 5.31 지방선거에서의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이 추구한 포퓰리즘의 승리였다. 참여정부의 포퓰리즘이 실천력 부재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 한나라당의 포퓰리즘은 그들이 끊임없이 비난하는 참여정부의 포퓰리즘보다도 더욱 심각한 현실감각과 정치철학의 부재를 노출하고 있다. 국민이 '포퓰리즘'하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연상하는 틈을 이용하여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는 포퓰리즘의 속성을 매우 지능적으로 이용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참여정부 정책에 무임승차하려는 이명박 정부이명박 당선자에 대해 언론은 5년 전과는 다르게 너무나 우호적이다. 실현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식의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언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무나 조용하다. 참여정부의 정책에 무임승차하려는 인수위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너무나 관대하다.
취임 전부터 이렇게 얼굴을 바꿔대는 정권을 믿고 5년을 살아야 한다면, 정말 암담하다. 위장전입, 위장취업 등 각종 위장에 능숙했던 과거전력을 감안하면 이같은 변신이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지만, 나쁜 버릇은 빨리 고치는 편이 모두를 위해 낫지 않을까. 비겁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듯 싶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을 통해 최초로 정권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이전 정부와의 연계를 부정하고 말 그대로 정권교체를 이루었다면, 당당하게 참여정부와의 대척점을 형성하는 정책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정면승부할 것을 제언한다. 정권찬탈과 독재에 익숙한 이들에게 무리한 부탁일 수는 있다. 그러나, 5년간 한결같이 부정하고 비난하고 파괴하려던 정부의 정책을 일부라도 인정하는 모습은 아무리 묻지마 지지를 보냈다고는 하나 한나라당에 최초로 정당성 있는 정권을 허락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지 않나. 현실가능한 정책으로 당당하게 참여정부에 맞서보라. 판단은 국민이 한다.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진정한 무능이 무엇인지를.